사육 · 2026년 9월
루티노 목도리는 무슨 새인가
속, 종, 모프. 셋을 구분하면 분양글이 읽힙니다
분양글을 보면 이름이 너무 많습니다.
파인애플 코뉴어. 루티노 목도리. 바이올렛 모란. 시나몬 그린칙.
이게 다 다른 새일까요. 절반은 같은 새입니다. 색만 다르고요.
이름은 세 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생물 이름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옵니다. 앵무는 이렇게요.
목(目) → 과(科) → 속(屬) → 종(種) → 그 아래 모프
목은 제일 큰 묶음입니다. 앵무목. 사랑앵무부터 금강앵무까지 전부 여기 들어갑니다. CITES 고시가 "앵무목 전종"이라고 쓰는 그 단위예요.
속은 가까운 친척끼리 묶은 겁니다. 학명의 앞 단어가 속 이름입니다. 그린칙 코뉴어의 학명 Pyrrhura molinae에서 Pyrrhura가 속이고요. 같은 속이면 생김새와 습성이 비슷합니다. 프린세스앵무, 슈퍼브앵무, 리젠트앵무가 전부 Polytelis 속이라 몸매가 닮은 게 그래서예요.
종은 실제로 "무슨 새냐"의 답입니다. 학명 두 단어가 종 하나를 가리킵니다. Pyrrhura molinae. 이게 그린칙 코뉴어입니다. 종이 다르면 다른 새이고, 종이 같으면 색이 어떻든 같은 새입니다.
모프는 종 안에서 색이 다른 것입니다. 루티노, 알비노, 블루, 시나몬, 파이드, 바이올렛. 전부 색 유전자 이름이에요. 새 품종이 아닙니다. 루티노 목도리와 초록 목도리는 학명이 똑같이 Psittacula krameri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머리색 차이 정도입니다.
그래서 뭐가 달라지나
세 가지가 달라집니다.
첫째, 신고 의무가 종을 따라갑니다. 목도리앵무는 협약 제외 종이라 루티노든 바이올렛이든 신고할 게 없습니다. 반대로 그린칙 코뉴어는 부속서 II라 파인애플이든 시나몬이든 사고팔 때 양도·양수 신고를 합니다. 색 이름만 보고 판단하면 틀립니다. 종별 도감에 학명 기준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둘째, 모란앵무는 이름이 같아도 종이 다릅니다. 벚꽃모란(피치페이스, Agapornis roseicollis)은 제외 종이고, 피셔모란(Agapornis fischeri)과 블루마스크(Agapornis personatus)는 부속서 II입니다. 같은 Agapornis 속인데 종이 셋으로 갈리고, 신고 의무도 거기서 갈립니다.
셋째, "큰 목도리"는 조심하세요. 목도리앵무(Psittacula krameri)와 알렉산더앵무(Psittacula eupatria)는 같은 속의 다른 종입니다. 알렉산더가 더 크고, 어깨에 붉은 반점이 있고, 부리가 확연히 큽니다. 알렉산더는 부속서 II예요. 둘을 교잡한 개체도 돌아다니는데, 교잡종은 법적으로 어느 쪽인지 애매해집니다. 서류를 못 받는 새는 그 이유부터 의심해 보세요.
모프가 문제가 될 때
색 자체는 건강과 관계없습니다. 다만 모프를 만드는 과정에서 근친 교배가 반복되면 약한 개체가 나옵니다. 특히 루티노와 알비노는 눈이 빨갛거나 시력이 약한 경우가 있고, 일부 모프는 특정 유전 질환이 같이 따라온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종마다 다르고 국내 자료가 거의 없어서, 앵가에서도 확인된 것만 따로 적어 나가겠습니다.
분양글 읽는 법
이름에서 색 단어를 빼 보세요. 남는 게 종입니다. "시나몬 파인애플 그린칙"에서 시나몬과 파인애플을 빼면 그린칙 코뉴어. 그게 무슨 새인지, 신고를 해야 하는지는 거기서 정해집니다.
색 단어만 있고 종 이름이 없으면 물어보세요. 학명으로요. 학명을 모르는 판매자라면 그 새가 뭔지도 모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