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 2026년 10월
새는 이렇게 죽습니다
앵복치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 무게감 없이 데려오는 분들께
앵무새 커뮤니티에는 앵복치라는 말이 있습니다. 개복치처럼 어이없는 이유로 죽는다고 붙은 별명이에요. 웃자고 하는 말인데, 그 아래 달린 사례들을 읽으면 웃을 수가 없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새 사진은 전부 예쁩니다. 손 위에서 졸고, 어깨에 앉고. 그 사진을 보고 데려옵니다. 그리고 몇 달 안에 그 계정이 조용해집니다.
이 글은 그걸 막으려고 씁니다.
사고로 죽습니다
조류 수의사 마거릿 위스먼이 꼽은 사망 원인 열 가지 중 절반이 사고입니다. 밟힘, 문에 끼임, 날아가다 창문·거울·선풍기에 부딪힘, 다른 동물, 사람과 같이 자다가 깔림.
국내 보호자들이 모은 사례는 더 구체적입니다.
날 줄 모르는 어린 새가 횃대에서 떨어집니다. 바닥까지 1미터. 가슴뼈가 부러지고 그날 밤 죽습니다. 날개를 자르면 안전할 것 같지만, 못 나는 새가 떨어지면 몸으로 바닥을 받습니다.
목욕하라고 접시에 물을 떠 줍니다. 깊이 2cm. 어린 새가 코를 박고 못 일어납니다. 변기, 설거지통, 컵에 든 물도 같은 일을 합니다.
머리카락 한 가닥이 발가락에 감깁니다. 피가 안 통해서 발가락을 잃거나, 목에 감기면 그걸로 끝입니다.
천장 선풍기. 열린 창문. 끓는 냄비. 뜨거운 다리미. 방사하는 집에서 한 번씩은 다 일어나는 일입니다.
공기로 죽습니다
코팅팬을 달구면 나오는 가스. 향초, 디퓨저, 편백수. 담배 연기. 새 가구 냄새. 눈에 안 보이고 사람은 멀쩡한데 새가 먼저 쓰러집니다. 치료법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팅팬 글에 자세히 적었습니다.
조금 추워서 죽습니다
어린 새는 체온 조절을 못 합니다. 사람에게 선선한 날씨가 1년 미만 개체에게는 저체온이 됩니다. 깃을 부풀리고 웅크리고 있으면 이미 힘든 겁니다. 환절기에 특히 많습니다. 온도 글을 같이 보세요.
먹어서 죽습니다
아보카도, 초콜릿, 양파. 그리고 금속. 도금 새장의 아연, 커튼 추의 납. 새는 뭐든 물어뜯고, 물어뜯은 건 조금씩 삼킵니다. 자료실에 항목별로 있습니다.
병으로 죽는데, 늦게 압니다
새는 아픈 걸 숨깁니다. 보호자가 이상하다고 느낀 날은 대개 마지막 단계예요. 그래서 매일 체중을 재라고 하는 겁니다. 어제까지 멀쩡했는데에 적었습니다.
병이 들어오는 길도 있습니다. 새 식구를 격리 없이 합사했을 때. 그리고 호텔링. 명절에 앵무새 카페나 위탁에 맡기면 여러 집 새가 한 공간에 모입니다. 앵무병처럼 사람에게도 옮는 병이 거기서 돕니다. 실제로 호텔링 뒤에 대형 앵무가 앵무병에 걸려 와서 넉 달에 걸쳐 치료비 600만 원을 쓰고 겨우 살린 사례를 압니다. 맡기기 전에 그곳이 검역을 어떻게 하는지, 돌아온 뒤 몇 주는 따로 두고 지켜볼 수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알을 낳다 막히는 것(알막힘)도 있습니다. 하루 이틀 안에 병원에 못 가면 죽습니다. 암컷을 키우신다면 조명 시간 항목을 보세요.
멀쩡하다가 갑자기
아무 전조 없이 아침에 죽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검하면 발작, 뇌졸중, 심장이 나옵니다. 막을 수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죽음도 있다는 걸 적어 둡니다.
그래서
새는 10년, 20년, 대형조는 50년을 삽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위에 적은 것 중 하나도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어렵습니다. 그래서 데려오기 전에 이 글을 읽으셨으면 했습니다.
이미 데려오셨다면, 오늘 집을 한 바퀴 돌아보세요. 물 담긴 그릇, 열린 창, 코팅팬, 디퓨저, 머리카락. 하나씩 치우면 됩니다.